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문학동네
책을 막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이 책 제목이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집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인한 이름인 줄 알았다. 후반부에서는 책 속에서는 이미 죽었지만 계속해서 언급되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온 제목임을 계속해서 나에게 알려주는 듯했다.
우리 아버지쪽의 집안도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명절 때마다 나를 답답하게 하는 가부장제가 아주 스며들어있다. 다행히 우리 아버지는 두 딸과의 계속된 협상과 논의를 통해 가부장제의 냄새가 별로 나지는 않지만, 할머니가 문제이시다. 이 책을 읽고 우리집에서도 이러한 재미있는 제사 제도를 지내보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비록 현재 우리가 제사를 지내고 있는 큰아버지, 큰어머니, 할아버지 등에 대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이 없지만, 어른들에게는 무척 신선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시선집안의 제사 방식'은 기존의 제사 방식보다는 신체적인 소모는 덜할지라도, 정신적으로는 그 사람을 기리고 추억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 같다. 항상 시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우리 어머니에게도 진득허니 시아버지를 기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렇게 세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세대에 걸쳐서 소위 '팔자'라고 하는 것이 대물림되는 것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찾아보라고 작가도 맨 앞 페이지에 시선 집안의 족보를 그려준 것이 아닐까? 나는 여기서 두드러진 팔자의 대물림은 시선으로부터, 지수로 이어졌다고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대물림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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